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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방안의 창가 앉은 채로 근처에 둔 고급진 꽃병에 담긴 꽃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급작스레 제 걱정을 하고 온 아버님께서 선물로 주고가신 꽃은 분홍빛과 하얀빛의 리시안셔스는 이 밤중에도 아름답게 피어낸 그대로 자신보다 비싼 화병에 꽃혀있는 것을 보니 왠지 헛웃음이 났다. 꼭 내 꼴 같지 않은가.
" 아버님도 참, 차라리 장미로 사오시지. 뜻은 알겠답니다. 아버지. "
저는 절대로 잊지 않고 있답니다. 아버님.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언제나 제 걱정뿐인 아버님의 꽃다발에는 아마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목적을 잊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리시안셔스는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 꽃이기도 하니까 아마 부모의 영원한 사랑을 뜻한 것이겠지 하는 쉬운 흐름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고작 이 고급 꽃병과 어울리지 않는 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것도 끼지 않는 손으로 천천히 꽃 한송이를 꺼내서 향을 맡고선 조용히 바라봤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자신이 나약해질 것 같다는 신호일까. 아니, 언제나 고민하고 생각하고 나아가는 것만이 자신의 뜻이었다. 이뤄야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그 무엇 하나 제게 남겨둘 수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이 꽃은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 많았다.
붉은 색이 가득했던 그 때를
제가 어찌 잊겠어요,
' , 이리오렴. 괜찮단다. 여기 숨어있어. '
그렇게 겁많던 새싹이
저를 위해 마지막 미소를 지어줬던 때를요.
상냥한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봄을 담은 그 머리카락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것은,
봄을 닮아서 따뜻했던 그 손길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저, 잠시간의 당신을 기리는 시간.
당신들에게 바치는
소리없는 레퀴엠.
" ㅡ.. "
손에 든 한송이의 꽃의 잎을 하나씩 떼어냈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서 끊어지기를 반복해가면서도 그저 이것은 당신을 기리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이 행위를 계속하기로 반복하고, 끝나면 다시 한송이를 꺼내서 떼어내기를 반복했다. 이것이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위로.
그리고
이것은,
당신들을 위한 위로.
이것은 불타올라 모든 걸 태우려는
다정하고 상냥했던 당신들을 위한 위로다.
나를 향한 위로.
잔뜩 뜯은 잎을 저 멀리, 창을 열어서 멀리 날려보냈다. 서툴고 투박하여 위로라기에는 너무도 모자라는 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고독하지 않도록 이 마음이 닿는다면 들려올 말들이 잠시 궁금해졌지만, 다시 그 창문을 닫고 현실로 돌아오듯 방 가운데에 서서 이제 더이상 한송이도 남지않은 꽃병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었다.
다시금 이 밤에,
다시 한 번 그 걸음을 내딛는다.
영원히 불타오를
붉은장미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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