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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 번이라도 그 날 후에 편히 잤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그것은 그러지 못하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괜찮다 싶다가도 악몽으로 돌아가기 일 수 였기에 그렇기에 단 한 번도 편히 잘 수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             !! 도망가!! '

사랑하는

 '        아가씨, 도망가세요! '

나의 가족들.

 

 아수라장이 된 집과,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

 좁은 장소에 숨어서 벌벌 떨고만 있던 자신과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

 지독한 붉은 향과 비명.

이건

 단 한 번도,

 잊지 못한 풍경.

오래된 상실에 대한

붉은빛 장미의 노래.

 

 

 

 

 

 

 식은땀을 흘려내며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급히 숨이 폐속으로 강하게 몰려들어와 켈록거리며 있자 작은 새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까슬한 혀가 제 뺨을 핥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꿈이구나. 알면서도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금세 제 다리위로 올라온 락테아가 부빗거리고 어깨엔 아니마가 슬쩍 날아와서 앉는 것에 그제야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 ...미안해. 나 때문에 잠이 깼니? 푹 잤어야 할텐데 미안해. "

 

 

 작은 아이들에게 부빗여주고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내일이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날이기에 이 아이들도 함께 갈텐데 피곤하면 안될텐데 자신때문에 깨운 것 같아서 미안함이 앞섰다. 옅은 미소와 함께 몇번이고 쓰담는 그 손길은 유일한 제 숨이었다.

 

 언제나 악몽을 꿀때마다 함께 있어주는 작고 소중한 제 가족들을 한 번 힘있게 꼭 안아주고 곧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스름한 새벽의 빛이 푸르게 방안을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누가봐도 그저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의 방안이었다. 비싼 가구들로 가득찬 그 중앙에 가만히 옆에 있는 양산을 잡고 여러번 돌려서 이내 손잡이를 빼냈다.

 

 

 흐릿한 새벽빛.

 

 푸른 빛에 물든 손잡이의 검.

 

 조용한 주변의 바람소리.

 

 

 이 모든 계획은 단 하나의 일을 위해서.

이 모든 계획은 단 하나의 죽음을 위해서.

 눈을 감고, 검을 든 채로 공기를 느끼고 시간을 느끼며 잡은 채 손을 움직였다. 재빠른 검이 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휘두른 그 검이 멈춘건 한참 뒤였다. 땀이 잠옷을 타고 흘러내리고 세상은 여전히 조용했고 여전히 이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나가고 있었다. 지겹게도.

 

 ㅡ그 날 후로도, 세상은 참 잘 돌아갔다.

 그 시간에 나는 갇힌 채,

 ㅡ그 날 후로, 세상은 잔인하게도 여전했다.

 오직 하나의 목표만 바란다.

 

 

 

 

 

 

 

 아마, 아카데미 초에는 참 말이 많았었다. 이상한 아가씨, 부호의 딸, 어쨌든 온갖 이상한 소문을 다 뒤집어썼지만 그 소문도 한 달을 못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소문이란 게 해당 대상을 보고나면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이었고, 어찌 되었든 자신은 그런 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교류를 위해 힘썼으니까. 일부러 많이 보내오는 물건들을 돌려보내기도 했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루시아 넬슨으로서 지냈다.

 

 

 " 아가씨, 여기 두면 될까요? "

 

 " 예에, 그곳에 둬 주세요. 아, 그쪽 약품은 주의하셔야 하구요. 학기 초부터 감사해요. "

 

 

 학기 초부터 잔뜩 얻어온 희귀한 재료들에 주의를 요하며 이야기하고 상냥한 미소와 함께 옮겨주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짐을 가져다두러 이곳까지 와 주신 분인데 자신이 험하게 다룰 필요는 없으니까. 다정하고 상냥히 그렇게 말하고 손을 뻗어 양산을 잡고 제 다리뒤에 숨어서 있는 락테아를 바라봤다. 많이 환경 변화에도 잘 이기는 락테아지만 그럼에도 어제 새벽에 깨어나게 해서 그런지, 심기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자유로운 락테아를 풀어두는 편이 나을테니 약간의 산책을 하자 싶었다. ..물론 정리를 보고있기만 하는게 심심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옮길 수 있도록 자신이 다 지켜봤고 훔칠 일도 없는 일꾼들이라 믿고 맡기고 나와서 걸음을 걸었다.

 

 

 " 락티, 나가자. 아니마는 피곤해하니 두자. 알겠지? "

 

 

 쉽게 볼 수 없는 벚꽃들이 흩날리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한다.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은 필요했다. 제게는 누구보다도 필요한 경험이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최대한 많은 소문을, 최대한 많은 아군을.

 

 그게 루시아 넬슨. 넬슨가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해야할 일이었다.

 

 가장 루시아 넬슨 다울 것.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모습을 보일 것.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 것.

 산책길에 만난 이들에게도 그랬다. 이번 산책길을 참 여러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다. 자신이 평소에 접하기엔 어려웠던 인물들이 대거 보여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가갔다. 평범한 안부인사를 나누고, 무너지도록 멋진 다정함을 맞이하고, 분홍빛의 꽃잎을 보고, 찌르도록 아픈 것을 벌거벗겨내려는 것을 막고, 제 작은 가족을 묘하게 닮은 이를 만나는 그 걸음은 참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자아냈다.

 

 물론, 소중하디 소중한 붉은 눈도 잊지 못한다.

 

 방으로 돌아와 혼자 있을 때에는 조금은 웃던 얼굴을 양손으로 마른 세수하듯 했다.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만을 마치고, 필요한 재료들은 다시금 재정리를 했다. 뒤에서 락테아가 야옹거리며 나갔다오겠단 표시를 해서 다녀오라며 인사를 하고 아니마는 제 어깨에 올린 채로 멈추지 않고 손을 움직이다가 이내, 장갑을 벗어내고 소중히 아니마를 손에 담고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쓰담아주었다.

 

 

 " 아니마, 오늘 미안해. 아까 장갑 때문에 바로 안아주지도 못하고.. 있다가 밤에는 또 움직여야 하니까 조금 더 쉬려무나. 나는 괜찮으니. "

 

 

 작게 소리를 낸 아니마가 자신의 새장까지 날아가자 그저 무표정히 제 손을 내려다보다가 방학중 정리해둔 실험일지를 보았다. 방에 사람들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였던게 자신의 유일한 취미가 되었으니까. 누구도 해독할 수 없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테니까.

 

 반드시, 그것은 필요할 것이다.

 

 정리를 마치고 차를 한 잔 마시고, 아니마가 돌아올때 까지 기다리니 금방 된 밤시간에 풀고있던 머리를 정리하고 높게 묶어두고 안경을 벗어내고 검을 잡았다.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는 매일의 차례.

 계속해서 되새기는 매일의 순간.

 그 누구도 제칠만한 매일의 집념.

나의 조용히 불태우는 불꽃.

 

" 오늘은 혼자 나갈게. 락테아, 아니마. 방에서 잘 지키고 있으렴. "

 

 

 언제나처럼 밤중에 걸음을 나선다. 신성한 어느 의식처럼, 의지를 다진 깊은 눈동자를 가지고.

 그 누구도 방해못할 미래를 위하여.

 아무도 손대지 못할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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