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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e pan y llámame tonto

 :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우리들의 첫만남을 기억하자면, 참으로 우리는 악동들이었다. 부디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교사의 말에도 말 안듣고 뛰어다니는 아이, 그거에 휘말리며 같이 다니는 아이, 그리고 어릴 때부터 싹수가 노란 재수없는 새.. ..아이.

 

 우리는 딱 그 세 포지션으로 시작하고 자라왔다.

 

 우리는 생각보다 유능한 사람들이었기에 사실 과거의 그런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깝고 가족에 가까웠으며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관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사실 가족이라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으니까.

 

 모두가 망해버린 이 세상에서 그저 악한 것들과 싸우기 위해서 우리는 움직이고 결단하고 싸우고 고통스러워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가족이 무슨 의미가 될까. 그저 사는 것이 싸우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가 소중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래서 이 세계를 지키는 것에 가까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했기에, 적어도 그리했기에 나는, 아니 네가 있어주어서 나는 이 세상을 지키고 살려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저 흐릿한 세상의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너만을, 너를, 네가 웃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 ㅡ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

 

 " 어휴, 내가 이런 선머슴 같ㅇ...아! 왜 때려! "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서 옆에 서 있는 이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팍 내려치고서는 정말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쩌다가 이런 말도 안되는 한량에 싹수가 노랗고 재수없고 생각도 없는 놈이랑 붙게 되어버렸는지. 그런 주제에 왜 이렇게 실력이 좋은지. 천재들은 다 다른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럼에도 실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란건 이런 사람을 말하는 건가 생각했다. 퍼런 머리도 잘난척하는 태도도 여유도 다 마음에 안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싫어할 수 있는 것인지.

 

 물론,

 재수없는건 별개의 것이다.

 

 보고있자니 더 재수없게 느껴져서 한번 더 때리고는 다시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다 사라져간 문명의 흔적이 보여서 약간은 저 재수없는 놈에게서 생각을 돌릴 수 있었다. 스산하게 망가진 건물들 사이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 너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게, 나의 목표였으니까.

 

 

 " 좀 제대로 찾아ㅂ.. 숙여! "

 

 " !? "

 

 

 갑작스레 빠르게 날아온 질척한 탄환같은 것에 바로 옆에 있던 푸른 머리를 당겨 숙이게 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닿은 것은 아주 기분나쁜 냄새와 함께 벽을 녹이고 있었다. 챠프다. 이 근방에 가장 널려있는 괴물. 이성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형태를 따라하려는 아주 기분나쁜 생물체. 아니, 이 괴물을 생물체로 표현을 해도 정말 되는 것일까. 그저 없앤 대상으로만 교육받고 훈련받은 대상을 그리 말하는 것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 아리아, 괜찮아요? 튀지는 않았죠? '

 

 

  ㅡ이곳은 더욱이 너를 생각나게 하는 전장의 한가운데다.

 

 

 

 

 

 

 

 

 우리는 정말로 소위 말하는 엘리트로 자랐다. 얼굴, 키, 발육 그 어떤 부분에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도리어 엘리트의 입장은 루온 하나뿐이었다. 셋중에서는 어쩌면 자신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망하고 죽어가는 세상에서는 능력만이 전부였기에 그것은 큰 흠으로 작용하였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엘리트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우리의 호흡이 그 어느 팀보다도 완벽하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이상한 괴물들로부터 죽어가기 시작한지 벌써 백년이 지나고 있었다. 역사시간에 배운 찬란한 문화들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그저 다 메마른 장소중에서도 그나마 경작이 가능한 곳에서 기지를 세우고 살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괴물이 나타난 뒤로 연구된 마법은 그 괴물들을 없애기에 충분한 힘이었고, 이 세계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필수불가결함이 내게 없다는 사실은 큰 흠이었다.

 

 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여서 키워지고 자라나며 살아나가고 싸워나갔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태어난 아이들의 대부분은 병사로 길러질 수 밖에 없었다. 인류의 살기위한 방법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실상은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서 길게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것 뿐이었다.

 

 그런 곳에서 나는 마법에는 재능이 없었다. 필수불가결한 재능이 없었다.

 

 그 날은 마법적성을 확인하던 날이었다.

 

 

 " ...-하아, "

 

 " 아리아, 괜찮아요? "

 

 " 어휴, 너 진짜 재능 없ㄷ...아! 아룬 왜 밟아! "

 

 

 ' 눈치 좀 있어봐요! ' 하고 소곤소곤하게 네가 재수없는 놈에게 소곤거리던 것도 기억한다. 저 재수없는 놈을 떨어트리고 다니고 싶었지만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셋이서 같이 다니게 되었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그날에 침울해 하는 나를 위로 하기 위해 너는 그렇게 다정히도 말을 걸었던 것을 기억한다.

 

 

 " 다른 조여서 보진 못했지만.. 결과가 많이 안 좋았어요? "

 

 " 이야, 안좋은 수준이 아니었지. 다들 놀랄 수준이었어. 이제껏 이렇게 마법적성이 없는 애는 없었대. "

 

 " 그 입은 다물지 않으면 죽어? 너는 그 입이 문제야 문제. ..아룬, 걱정마요. 그냥 마법에 적성이 없는 거예요. 그것 외에는 저는 전투치가 높은 편이니까 그쪽으로 더 진로를 생각해보면 되죠. "

 

 " 하지만.. "

 

 " ... 걱정마요. 잘 될거니까. "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 수십년,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네가 점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은 그것이 내가 스스로 몰리지 않도록 자신에게 거는 최면이라는 것을 알아서였다. 너는 그 무엇보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나의 길을 함께 걷고, 나의 숨이 지치지 않도록 해주는 존재였으니까. 다정하고 상냥한, 그 무엇보다 나의 버팀목이었던 것이 너였다.

 

 너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서 팀을 이루기 전에 빠지려고 했던 것조차 너는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적성검사가 끝나고 나서도 수없이 내게 말을 했던 것이 우리가 함께 팀을 이루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적에 대해서도, 이후의 평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지만 너는 너무도 강경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꿈은 어릴 때 부터 그것이었으니까 이루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냐 말한 너의 그 의지에 나는 결국, 함께하고자 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하기로 했으니까.

 그것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리의 관계는 굳건했고,

 그렇기에 무너지기 시작할 때 아플 것이라는 것을,

 

 단 하나도 모르고 말이다.

 

 

 

 

 

 

 

 

 삶은 우리에게 가혹했다.

 

 잔인하고 가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줄기의 희망으로 서로를 주었다. 절대로 삶에서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렇게 우리를 서로 붙여두었다. 우리는 그러하므로 도망갈 수 없도록 서로가 서로를 귀중히 대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팀으로서의 우리도,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도, 우리는 하나의 흠도 없는 존재들처럼 여기어졌다. 

 

 내가 앞에 나설 때면, 네가 나의 뒤를 지켜서 보호해주었고, 너를 그녀석이 보호해주는-, 우리는 어찌보면 아니 대표하는 가장 훌륭한 팀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재앙속에서도 우리는 할 일을 해나갔다. 그게 우리의 할 일이었고, 우리의 운명이었으니까.

 

 

 " 아룬! 조심해서..! "

 

 " 아리아 뒤! "

 

 " 어휴~ 아주 짝짝궁이 잘 맞는 아가씨들이야. 그치? "

 

 

 그날도 여전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나아갔고, 토벌하고, 다시 나아왔다.

 우리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되어버렸던 것일까.

 

 너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일까.

 

 왜 너는..

 

 우리를 떠나버렸던 것일까.

 

 

 

 

 

 

 

 

 그 날의 바람은 차가웠다.

 

 단 한 번의 실패조차 용납되지 않던 우리에게 그 날은 유독 힘든 날이었다. 달려드는 것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들을 네가 막아내주고 우리가 해치우는 일이 더뎠고, 그럼에도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세상이 아닌 우리를 위해서 힘을 냈다. 우리에게 이것이 정말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그리 생각했다.

 

 우리.

 그랬다. 언제나 그 단어만이 그 차갑고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내게 했다.

 

 그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던 우리가 찾게 된 것은 작은 연구소였다. 그곳에서 네가 뭘 발견한 것인지 모르겠다. 연구소 중앙으로 나아갔을 때에 네가 무언가를 발견 한 것을 알았지만 네가 그저 그것을 숨기면서 아무것도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에 나는 그저 넘어갔다.

 

 네 어색한 미소, 마주하지 못하는 눈동자, 그리고 불편해보이는 표정.

 

 네가 가끔 거짓말을 할 때, 그럴 때 짓던 표정. 단 한 번도 나를 위하지 않은 적이 없는 네가 하는 것들. 아마 그것때문이었을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스스로 정리가 되면 이야기해주리라. 그렇게만 믿고 있었다.

 

 

 " 우리 아가씨들은 무슨 정보를 좀 얻었나? 여기 연구소 같은데. "

 

 " 아니, 여긴 큰 정보가 없는 거 같아. 그쵸, 아룬? "

 

 " ㅁ, 맞아요! 여긴 됐으니까 우리 돌아갈 방법을 생각해봐요. 지도같은 거라도.. "

 

 " ㅡ나랑 아룬은 이쪽으로 가서 더 살필게, 아리아. 너는 반대쪽 부탁할게. "

 

 " 다른 것보다 위험한건 너 아닐까. 루온. "

 

 " 하..나의 잘생김이면 괴물들도 물러갈거라니까. .....아, 그렇게 짜게 식은 눈으로 보지 말라구. 어쨌든 저쪽이 훨씬 네가 다니기 좋은 통로인거 같으니까 그쪽 부탁할게. 알겠지? "

 

 " ㅡ.. 그래. "

 

 어쩌면 내가 그 때 고집을 부려서라도 너와 함께 가길 선택했다면, 뻔히 루온이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를 때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시하지 않았다면, 그저 나에게 얘기하기 어려운 얘기였을거라 생각하며 네 마음이 편하길 원해서 보내지 말았다면,

 

 그랬다면, 지금이 달라졌을까.

 네가 우리를 떠나지 않았을까.

 

 결국 다른 것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중간중간 생각에 빠지는 널 걱정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었다. 대체 무얼 보았길래 너는 그랬던 것일까. 어째서 그랬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 안전히 돌아와서 다행이예요. "

 

 그저 생존하여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아룬, 너의 손을 잡고 웃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네가 사라졌다.

 정말 안개처럼 사라졌다.

 

 단 하루만에 사라진 너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했다. 추적마법도 먹히지 않았고 다른 이들에게 물어도 전혀 너의 행방이 나오지않았다. 나에게 단 한 마디도 없이 네가 사라진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가 함께였으니까.

 

 네가 사라진 것에 다른 이들은 네가 싸우고싶지않아서 도망갔다 어쨌다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는 다정하고 상냥하고 착한 이라, 선한 사람이니까. 아니,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너는 선한 사람이기 전에 너였으니까. 내 영혼의 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아룬, 정말 어디 간 거예요.. "

 

 

 급작스레 사라진 너를 찾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루온의 멱살을 잡고서 아는 거 없냐고 묻기까지 했다. 이상해진 것은 그때부터 였으니까. 네가 연구소에서 무얼봤는지 루온은 알지않을지 듣지 않았을지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말은 모른다 뿐이었다. 정말로 모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워낙 이놈은 알수 없는 놈이었으니까. 무얼 원하는지도 무얼 바라는지도 모를 인물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루온과 함께 팀을 더이상 이어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으나, 왠일인지 루온은 그것을 거부했다. 이유도 참 말도 안됐다.

 

 

 " 아룬이 원하지 않을테니까. 돌아왔을때 그렇게 되어있다면 슬퍼할거야. "

 

 

 참 건방지고 무례하게도 아룬 네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가 돌아왔을 때 슬퍼할 것이라고. 결국 어디에 네가 갔는지 알고 있는건 내가 아니라 저 재수없고 싹수가 노란 놈이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넘어가듯 아니면 이 현실을 부정하듯 둘만으로 일을 이어갔다.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 마음이 망가져갈 것 같은 기분이 하루에도 몇천번이나 들었다. 내가 아닌 저 놈이 너의 행방을 알고 있을거라는 현실. 그리고 내가 아닌 저 놈을 택했을거란 의심. 널 찾을 수 없다는 생각. 하나하나 나를 좀먹어가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 넌 조심성이 없어, 조심성이. "

 

 " 조심성 없는 대신 잘생겼잖아. "

 

 " ㅡ... "

 

 " 아휴- 그렇게 괜히 도와줬단 표정 짓지말구. 미모출중한 나같은 미남과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ㄷ..악!! "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신고있던 군화 그대로 발을 밟았다.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하면서 싹수노란 녀석을 보는 눈에는 약간의 경멸이 섞여들어가 있었지만 금세 시선을 거두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룬이 사라지고 3개월이 지났다.

 

 살아있지 않을거라 말하는 사람과 함께, 마치 우리는 소모품과 불과한듯 금세 아룬을 버린 이들에 반항이라도 하듯 스스로 아룬을 제대로 다시 찾으리라 생각했다. 밖으로 나가 임무를 수행할 때면 최대한 멀리 가면서 찾기를 반복했다.몇번이고 반복하고 찾아봤지만 아무리 멀리가도, 누구도 없을 곳을 찾아도 네가 없다는 사실만을 깨우치고 있을 뿐이었다.



' 왜 '라는 질문조차 이젠 던지기 지겨울 정도로, 몇 번이고 시도해본 끝에 나오는 절망적이기만 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가 없는 삶을 너는 내게 던져버리고 사라진 것인가 생각하면서도 절대로 그것이 너의 의도가 아니라고 믿기도 했다.

 너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그렇기에 찾는 것을 멈출 순 없었다. 왜 라는 질문은 그래서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저, 내가 해야할 일만을 생각하면서 나아갔다. 그게 해야할 것 이었고, 그래서 결국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가능한 곳을 찾고 찾아서 다시 도착한 곳은, 그날의 그 연구소였다.

 네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던 그 때.
 나에게만 무언가를 숨기기 시작했던 그 때.

 유일하게 찾아보기를 머뭇거렸던 장소.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왔다. 루온은 긍정의 표현도 부정의 표현도 하지 않은채 그저 쓸데없는 자신이 잘생겼고 잘났다는 말을 듣자니 지겨웠다. 왔었던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다시 민감히 살피며 나아가는데 역시나 네 생각이 났다.

 네가 봤던 무언가를, 네가 눈치챘던 무언가를,
 ㅡ네가 내게 숨겼던 무언가를 찾으면 좀 나을까.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

 

 

" ㅡ아리아, "

 

 " 왜 못난아. "

 " ?! 야 너 좀 너무하지않냐. 이렇게 잘생긴 사람한테 못난이가 뭐야 못난이가. "

 " 너 못난이 맞잖아. 재수없어 너. 싹수 노란놈. "

 " 너 아룬 없다고 막 나간다? 어?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아룬 앞에서는 말.. "

 " 말했어, 매번. "

 " 그렇기는 하지! "

 " 입 다물고 아룬이나 찾아. 멍청아. 애가 얼마나 힘들지 알고 그러고 있는거야. "

 " 아룬 멀쩡해. 살아 있어. "

 " 얼마나 무서ㅇ..  ......뭐? "

 " 아룬 살아있다고. 멀쩡해. 그러니까 그렇게 찾지 않아도 돼. "

 " ... . ... "

 

 " 그러니까 걱정말ㄱ.. "

 

 

 순식간의 일이었다. 머리에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루온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벽으로 내던졌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나타난 건, 그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경멸로 루온을 내려다보는 자신과 찌그러든 벽을 등지고 다친 채 씩 웃는 루온의 모습 뿐이었다.

 

 

 " 이야, 네가 이렇게 화난건 처음보네. "

 

 " 닥쳐. "

 

 " 진정하라구? 이렇게 싸워봤자- "

 

 " 진정? 너가 지금 진정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나 돼? 얼마나 우스웠겠어. 내가 아룬을 찾을 때 마다 뒤에서 얼마나 비웃었냐고. "

 

 " 아리아, 진ㅈ... "

 

" 닥치라고! 내가 정말 얼마나.. 얼마나 걱정하고 찾는지 제일 잘 아는게 너면서, 나한테 지금 이딴 짓을 해? 이게 말이 되는거야? "

 

" 아이고, 화 많이 난 건 알겠는데.. "

 

 " 내가, 내가 얼마나.. "

 

 

 배신감.

 배신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몰랐던 것을 루온은 알고 있었고, 너는 결국 루온에게만 어디에 있는지 말했구나 싶어서. 그래서 배신감이 들었다. 언제나 너는 중요한 걸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이 사이에서 나만이, 홀로 있다. 네가 나를 위해서였다는 것은 믿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에서 나는 제외되었다.

 

 나는,

 결국 너에게 뭐였을까.

 

 

 " ㅡ언제나 그랬지. "

 

" 음? "

 

 " 아룬도 너도 그랬어, 언제나. 내가 알지 못하게 하고 둘만이 공유하는게 많아져도 믿고 기다려도, 결국 지금도 이렇게 중요한 사항도 절대로 나와는 공유하지 않잖아. "

 

 " 그게 아니야. 아리아. 그건.. "

 

 " 허울좋은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마, 아볼루온. 결론을 봐. 아룬이 사라진걸 알고 내가 찾으려고 해도 너는 모른다며. "

 

 " 그건, 질문이 틀렸지 아리아. "

 

 " 뭐? "

 

 " 너는 내가 연구소에서 뭘 봤는지를 물었고, 그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아룬이랑 약속한게 있으니까 말 못한거일 뿐이야. "

 

 " 말장난해? "

 

 " 뭐~ 너가 이런 반응을 보일줄은 알았지만, 그래서 이성 좀 찾아봐. 나한테 물을게 많을게 아냐? 지금은 다 답해줄게. 기왕 여기까지 왔잖아. "

 

 " 장난하자는 거야? 너? "

 

 

 그저 험악해지는 분위기속에서 제 옷을 털면서 으쓱이는 루온의 모습을 보았을 때, 더 분노가 치밀어오릴 수 밖에 없었다. 여유, 저 여유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만이 제외되었는지도, 왜 내가 이렇게나 고통스럽게 찾고 기다리는데 그럼에도 너는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나를 위해서였다고는 하여도, 네가 나를 생각한다고 하여도, 네가 어떤 것이든 나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둘만의 공유되는 것이, 아니, 저놈과 너만이 공유되는 것이 싫었다. 이제와서 다 이야기해주겠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쌓여있던 감정이 한번에 터져버리고, 그것이 주체못할 물줄기가 되듯 넘쳐흘렀다. 담을 수도 없이 넘쳐흐르며 새어나오는 이 감정을 멈출 방법은 없었다.

 

 

 " 세달동안, 이제껏 비웃느라 참 좋았겠다. 너도, 아룬도. "

 

 " 아리아, "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희는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너희만큼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

 

 " 진정 좀 하라니까, "

 

 " 시끄러워! 입 다물어! 나를 농락한 것 밖에 안되잖아! "

 

 " 부정할 순 없는데, 아리아. 우선 내 말 들어. 듣고 이야기하라니까. 예쁜 얼굴 다 망친다? "

 

 " 닥쳐! "

 

 

 다시금 쾅하는 소리와 함께 피한 먼지와 함께 피한 루온이 있던 자리엔, 뚫린 자리와 함께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이 있었다.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과 함께ㅡ, 조절하기 힘든 힘과 함께, 그렇게 서 있는 눈동자가 붉어져 있는 이유는 왜 였을까. 그 뒤부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한참이나 싸웠던 것 같은데, 그저 감정에 취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정신이 든 건, 더웠던 이마에 차가운 물기가 이마에 닿고 나서였다.

 

 지저분한 천장,

어디선가 그리웠던 향기,

그리고..

 

 아룬, 너였다.

 

 

 

 

 

 

 

 

 눈을 뜨고 우리가 눈을 마주치고 나서, 단 한번도 우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정적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로 말하지도 않은 채 그저 너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짓고있는 표정이 슬프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니, 무엇보다 네가 왜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는지를 모르겠다.

 

 화가 나는데도 그런 표정을 짓고있는 너가 너무 걱정스러워서, 혹시나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다친 것은 아닌지부터 생각이 나서, 마른 채 달라붙은 입술을 억지로 떼내서 말을 건냈다. 건조한 음성에 처음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침을 삼켜내고 도전했다.

 

 

 " ... ㅡ괜찮아요? "

 

 

 괜찮아요,라니. 스스로도 조금 우스울 지경이었다. 화를 내고 싶은데, 그런데도 네가 걱정되는 것이 먼저라, 네가 괜찮은지가 먼저라, 스스로도 화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않는 것이 우스웠다. 내 말에 손을 꼭 잡은 채로 작게 웅얼이는 네 모습이 꼭 주늑든 아이같았다. 마치 무언가를 잘못한 아이가 어머니에게 혼나기 싫어서 머뭇거리듯 말이다.

 

 

 " ....미안해요, 나는 괜찮은데.. 미안해요 아리아. " 

 

 " ... . ... "

 

 " 제가 나쁜 거 알아요, 제 잘못인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들어줘요, 아리아. 부탁이예요. "

 

 " ....저만 따돌려놓고 이제 와서요? "

 

 " 따돌린 거 아니예요! 단지... 단지 저는... 우린.. 아리아만 따돌린 게 아니라 그러니까, "

 

 " ... . ... 하아, 알겠어요. 말해봐요. "

 

 

 네가 버릇처럼 두 손을 꼭 모은 채로 떨면서 내게 말하는 것에, 그리도 긴장되는걸까 싶어서 가만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에 차가운 감각이 떨어져나가 낡은 이불이 덮힌 다리 위로 떨어졌다. 잠시 떨어진 물수건을 손에 쥐고서야, 의문이 들었다.

 

 왜 자신이 누워있던 거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거지.

 왜 자신이 이렇게 있는 거지.

 

 분명 자신의 기억의 마지막은 작은 연구소에 들어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루온에게 아룬이 살아있단 말을 들었고, 둘이서 나를 그동안 속인건가 싶어서 화가 났어서 루온을 죽일듯 때리려고 달려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아리아, 혼란스러운 거 잘 알아요, 그렇지만... 진정하고 들어줘요. 제가 다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

 

 " ... . .. "

 

 " ...화내지 말아요. 나 미워하지 말아요. "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다시 내 손을 꼭 잡고 말하는 너의 모습이, 고통스럽게도 아파보이고 괴로워보여서. ..그게 더 내 마음이 아프게 해서 슬쩍 한손을 빼서 네 손을 감싸듯 잡고서 바라보았다. 언제나 너에게 보여줬던 모습처럼 꼭 손을 잡았다. 화났다고, 누구보다 내가 괴롭고 힘들었다고, 왜 나를 농락한거냐고 묻고 싶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싶었지만 왜 너의 이런 모습에 나는 이렇게..

 

 

 " ..... 괜찮아요. "

 

 

 용서해버리는지. 우습다.

 

 

 "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하지만 아리아가 안다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리아가 알면.... "

 

 " 아룬,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지 않아요.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난.. ...마법같은 능력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

 

 " ..! ㅇ, 아리아 미안해요..그런 의도가 아니라.. 하지만... ....아리아가 상처입을 거 같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

 

 " 아룬, 괜찮으니까 말해줘요. 지금은 그러는게 저에겐.. 더 상처가 될 것 같아요. "

 

 " ...아리아.. 그게... "

 

 

 아룬이 말한 이야기는 이상하리만치 현실적이고,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비현실적이었다. 우리가 해치우는 것들은 인간이며, 모든 일의 원흉은 상부고 그 실험은 취소 되었지만 어쨌든 그 영향을 지금 우리같은 이들이 받고있다는 것. 식사를 통해서든 공기를 통해서든 건물 안에서 계속해서 주입되고 있다는 사실. 사라지는 동료들이 사실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것. 마법은 결국 마지막을 괴물로 끝난다는 것. 현실적이고 동시에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머리에 들어오니 오히려 차분해졌다. 결국...자신이 베어내고 죽인 것들은 결국 동료라는 이야기니까.

 

 

 " 아리아가.. 동료들을 죽였단 생각을 하고싶진 않아서.. 열심히 다른 증거들을 찾아봤지만.. "

 

 " 나온건 다른 거였군요. "

 

 "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제가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한번 변한 생물은 돌아올 수 없다고 했어요. "

 

 " 그리고? "

 

 " ....... 그건 일종의 중독증상이예요. 중독되어서 몸이 무너져내리는 거죠. 힘을 많이 쓸수록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

 

 

 귓가에 울먹거림이 머무른다. 네가 울려고 할 때마다 느끼는 꾹 조이는 느낌도 든다. 아룬, 당신이 말하려는 게 뭔지 알 거  같아요.

 

 

 " .....나군요. 중독되어 증상이 시작된 사람이. "

 

 " ......분노를 다스릴 수 없게 되고, 특이점으로 눈이 붉게 변한다고 했어요. 나도 루온도 놀랐어요. 아리아는.. 마법을 쓸 수 없잖아요. "

 

 " 그러네요. 그런 저한테 증상이 나타났다는 건.. 제가 그렇게 변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

 

 " 아리아 하지만.. 더 찾아보면 방법이..나올거예요. 그래도 하나 알아낸 것은 있어요. 그래도... 그 곳에서 나와서.. 식사에 섞여들어가는 약을 먹지 않는다면 그래도 나을거예요. 진행도 느릴거고.. "

 

 " 아룬, "

 

 " .... . .... "

 

 " 아마 그렇겠죠. 계속 먹는 이들보다 느리게 진행되겠죠. 하지만..아룬, 나는... "

 

 " 아리아.. "

 

 " ...아룬, 나.. "

 

 " ... . .. 응. "

 

 " ....아까 진심으로 화가 났고, 루온을 죽일 생각이었어요. 그건, 진행이 빠르게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로밖엔.. 볼수 없지 않나요? 만약 상대가 루온이 아니었다면.. 분명.. "

 

 " ..ㄱ..걱정마요! 그래도 제가... ..제가 노력할테니까 아리아.. "

 

 " 아룬.. "

 

 " 당신을 그대로 괴물로 만들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당신이 그런 모습이 아니길 원해요. "

 

 " ... . ... "

 

 

 내 손을 잡고 애원하는 너를 거절할 수 있을까. 정말로 나는 너무 화가 났고 루온을 죽이려고 했고, 심지어 그때였다면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면 나의 진행속도가 더이상 느리지 않을거라는 것을 말하는데도 당신은 나를 살리려고 한다. 내가 눈 앞에서 챠프가 되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피하는 것도 느린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저 내 손을 꼭 잡은 아룬을 보았다. 네 눈앞에 괴물이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내 마음을 네가 알까.

 

 가끔 보면, 아룬 당신은 지극히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이예요.

 그렇지만 당신도 알겠죠. 나는 이 말을 당신에게 내뱉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예요.

 

 당신이 나를 위해 해주겠다고 하니까, 결국 내가 받아들일 것을 당신은 알고 있으니까요.

 

 

 " ..그럼 약속해요, 아룬. "

 

 " ...뭐..를요? "

 

 " 내가 괴물로 변하게 된다면.. 챠프같이 괴물로 변하게 된다면. 그 마지막은 아룬이 처리해요. "

 

 " 아..아리아.. "

 

 " 루온이 해서도 안되요. 당신이여야 해요. 약속하지 않는다면, 아룬 나는 그냥 돌아가서 제 모습이 변하길 기다릴거예요. 그래야 혹시모를 한명의 동료라도 더 구하니까요. "

 

 

 중독의 탓일까. 네가 가장 잔인할 말을 내밀었다. 평소에는 이런 말을 안하지만, 그럼에도ㅡ 그것을 약속받고 싶었다. 당신이 내게 그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다시 떠나가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겠다는 것 처럼 네게 지독한 약속을 내밀었다. 당신은 거절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우리 둘의 약속이 될 것이다.

 

 루온에게 빼앗길리 없는 유일한 약속이.

 

 네 손을 꼭 잡고 바라보고 있자 아룬이 끄덕이는게 보였다. 떨리는 손을 보면 아마 당신은 마지막에 가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네게 약속을 받아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게 중독증상중 하나인 거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저.. 나는 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로 했으니까.

 

 내가 변하여서 당신을 공격하게 되는 것은,

 미래의 먼 일의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그 전까지는 이 약속은 우리 둘만의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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