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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나는 언제나,

뀻뀻 2021. 6. 6. 18:54

 

 

 

 

 

 나는 언제나 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하루,

 이틀,

 나흘ㅡ,

 

 날마다 나는 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 뭐해요? "

 

 

 음악이 깔린 카페에서 네가 나를 보면서 다가와서 평소마냥 웃으면서 말을 걸며 잠시 앉으며 내 새끼 손가락에 네 손가락을 걸면서 어쩐지 사랑이 담긴 그 시선을 내게 보였다. 언제나 너는 내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언제나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네가 날 이해 못한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다.

 

 넌, 상실함을 겪는 것을,

 익숙하게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니까.

 

 너를 처음 봤던 그 순간에도 알았다.

 

 

 

 

 

 

 

 

 너는 아마도 모를 것이라, 아니 아마 기억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나를 수업 전까진 본 적이 없겠지만 나는 널 본적이 있었으니까. 강의 준비를 하면서 두고 온 자료에 차로 가면서 잠시 보았던 그 순간이 내가 널 보았던 첫 순간이었다. 친구들과 웃으면서 걷고 있던 그 모습을 내가 봤던 그 순간에도 참, 잘생긴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아, 이 아이는 참 사랑받았구나'하는 감상이었다.

 

 누구에게 미움받아본 적 없는 그 미소가,

 나와는 달라서 참으로 멀게 느껴졌다.

 

 그렇게 지나갔던 너를 보고 잠시 반했고, 그렇게 스스로 너를 포기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었다. 스승과 제자라니 말도 안되지. 사실 연하가 취향도 아니었고, 그저 얼굴만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 그렇게 여겼다. 그대로 차로 걸어가서 차에 두고온 자료를 챙기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다.

 

 너는 그토록 빛나고 사랑스러운 태양이었지만, 그리도 활짝 피어있는 해바라기였지만,

 나는 저 아래 진흙속에 묻혀있는 하찮은 수상식물과 다름없었다.

 

 

 " 안녕하세요! "

 

 " 그래요, 잘 지내요? "

 

 " 아~교수님도 진짜. 아, 애가 그 제가 저번에 말한 그 친군데, 이번에 교수님 교양수업하시는거 같이 듣기로 했어요"

 

 " 이거 너무 수강생들 많아지는거 않좋은데-, "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다시금 너를 만날줄은 몰랐다. 네가 처음이라고 생각한 것이 나에게는 두번째로 너를 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조금더 자세히 너를 바라봤다.

 

 물들인건지 아니면 부모님중 물려받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울리는 노란빛의 머리. 아니, 노란빛이라기엔 조금더 짙은 색을 띄는 네 머리색이 우습지만 꼭 래브라도 리트리버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금은 어색해보이는, 하지만 가득히 머금은 미소는 좀 수줍어하는듯 보여서 의외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목조목 참 잘생긴 얼굴이라는 감상은 빠지지 않았지만 역시나 자신과는 멀리 떨어진 존재였다.

 

 

 " 잘 부탁해요, 그러니까..이름이? "

 

 " 영 준후입니다. 교수님. "

 

 

 영 준후. 아, 다른 교수님들이 말하던 그 아인가?싶었다. 머리도 영특하고 성적도 괜찮고, 집도 괜찮게 사는 집이라고 했던 것 같았다. 맞을거라고 여겼다. 성씨가 그리 흔한 성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대외적인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자신을 소개하던 너와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사회생활이 힘들었던 자신과는 다르게 앞에 탄탄대로인 이 아이와 그리 깊게 엮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신과는 다른 너무도 먼 존재를 맞이했다고 해서, 그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 잘부탁해요, 준후군. "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네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아마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주는,

 그런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뒤부터 이어진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나는 네가 부담스러웠다. 어리고, 어쩌면 철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세상의 고통을 별로 맛보지않은 듯한 그 반응. 너무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서 있는 그 모습. 좀 눈치도 없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네가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 따위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은 적이 없는 아이가,

 세상을 너무나 잘 아는 제게 다가오는 게-,

 

 좀, 두려웠다.

 

 그럼에도 네 마음이 그저 한순간일거라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 교수님, 좋아해요. "

 

 " 제가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저는 제자를 애인으로 둘 생각 없다구요. 이제 포기해요. "

 

 " 에이, 뭐 어때요. 진심은 통한다고 하잖아요. 커피는 드셨어요? "

 

 

 왜인지 모르겠다. 어느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제게 고백을 하는 그 모습에 당황했고, 그게 너무도 실상이 되어갔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다르지않았다. 그 첫 고백때도 지금도 계속해서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이상하리만치 마치 일상의 대화처럼 되어갔다.

 

 

 ' 그 아이가 날 참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

 

 ' 한순간의 마음이겠죠. 아마 존경한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

 

 ' 그냥 제 수업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

 

 

 네가 모르는 곳에서 나는 끝없이 변명을 해가야했다. 나는 너와 다르니까. 내 뒤에 지고있는 그 무게를 네가 알 턱이 없지. 하지만 그것으로 너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너에게 상처가 내가 되어야한다면 그것으로 네가 최소한의 상처만 받는다면 그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저 그런 생각만을 했다.

 

 사랑에 둘러싸여서 자란 네가 나를 이해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나남은 가족의 병원비를 위해서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여야하는 것도,

 눈치밥을 먹으면서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하는 것도,

 누군가 행한 배려와 동정을 자존심을 굽혀가며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도,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것도,

 

 너는, 배부른 고민 외에 그런 고민들을 해 본적이 없으니까.

 이해하는 것이 힘들겠지.

 

 

 

 

 

 

 

 

 우린 참 많은 사건들을 걸쳤다. 그것을 통해서 네게 말하지 못한 것들도, 말한 것들도 참으로 많았다.

 

 너는, 언제나 한결같아서, 정말 해바라기를 닮은 사람이라서, 태양같이 빛나고 있어서,

 나의 모든 것들을 언제나 빛으로 감싸주었다.

 

 하루밤만 지낸 상대가 많았다는 것도, 아프고 성격나쁜 동생이 있다는 것도, 문란한 그 행실들도,

 너는 그것도 넘어갈 수 있다는 듯 행동했다.

 

 너는 내게 행운이고, 빛이었고, 나의 하나뿐인 희망이 되어갔다. 내 안식처이며, 내 낙원이 되어갔다. 하지만 너는 한순간도 모르겠지. 그런 것들이 커질수록 나는 더욱더 불안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간직하기보단 잃을 것을 먼저 생각해야만 했다는 것을. 잠시 사귀는 사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너와의 이별을 매순간마다 준비해나갈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너는 그렇게나 빛나는 사람이고 앞길이 창창한 아인데 내가 그것을 막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너의 앞에는 너무도 당연한 탄탄대로가 깔려있는데 단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너를 이 끝없을 늪으로 끌고 올 수는 없었다.

 

 언젠간 사랑이라는 감정은 식기 마련이었고,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 순간이었다.

 

 너는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네가 먼저 올리지만, 사실 너를 더 사랑하는 것은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놓기 힘들어할 것도 울 것도, 괴로워할 것도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성인으로서 선택을 해야했다. 연상이니까, 어른이니까, 내가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니까.

 

 이토록 괴로운 사랑이라면 나는 왜 해야하는 것일까 생각하다가도,

 너와 함께있는 그 모든 순간들이 그 생각을 녹였다.

 

 내 행복이 커지는 만큼 네 불행이 커지는 것 같으면서도,

 나는 미련하게 그것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네가 속삭이는 그 목소리가 내게 얼마나 스며드는지,

 네가 잡아오는 그 손길이 얼마나 따뜻한지,

 네가 만질 때마다 얼마나 내 몸이 달아오르는지,

 

 네 숨소리 하나, 네 웃음 하나, 그 모든게 얼마나 내게는 귀한지.

 

 너를 만나면서 내가 얼마나 나로서 있을 수 있는지.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음악소리가 시끄럽게 사람들의 목소리에 엮여간다. 그 안에서 마치 네가 둘만 있는 것처럼 잡아온 그 손에 느껴지는 그 온기가 익숙하면서도 따뜻했다.

 

 

 " 무슨 생각해요? "

 

 " 아무것도. "

 

 " 정말요? "

 

 " -내 애인이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놓고서 여전히 평소와 같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랑스러워서 사랑해서 견딜수 없다는 표정이 눈으로도 보이는 제 연인의 손을 자신도 마주 잡았다. 전같아서는 하지도 못하게 할 행동이지만 요즘은 아니었다. 조금 더 그 온기에 대해 기억하고 추억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늘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나의 맘을 알턱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요즘에는,

 

 결국 내가 너를 놓지못할거라는 생각만을 계속 하게 된다.

 

 내가 너무 너를 사랑해버린 탓인지, 네가 그만한 사랑을 내게 주어서인지, 자꾸만 내가 나쁜사람이 되어간다.

 이 온기를 놓고 싶지 않다며, 조금만 더 시간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결국 그 끝이 어찌되든 나는 이 마음에서 너를 놓지 못하겠지. 그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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