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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조차 꾸지않는 그런 안식을 한 때 바랬던 적이 있던 것 같다. 그 무엇도 생각지 않아서 과거도 현재도 미래조차 생각하지 않고 싶어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굳이 무언가를 얻거나 바라고자 함이 아닌 그저 아려오고 저며지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런 안식을 바랄 때가 있었다.

 

 그것조차 사치임을 알면서도, 그러길 바라다가 결국엔 다시금 돌아온 이 길을 옳다고 바라면서 걸어가는 그 와중에도 수없이 스스로에게 드는 모든 생각을 애써 무시한 채 지금 걷는 이 길이 옳다고만 여기고 걸어갔다. 그 분이 자신에게 제시한 길이 이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그게 좁고, 힘든,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힘든 고통만이 남아있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그저 무료한 것을 넘어 고통스런 마음을 참아내야하는 길이라 할지라도 그저 그 분이 제게 보여준 길을 걸어가려고 그렇게나 노력하며 걸어왔다. 그것이 옳은 것이라 믿으며.

 

 

 옳은 길.

 

 바른 길.

 

 이 인도하는 대로,

 그저 그 빛의 길의 따라ㅡ.

 

 

 다른 무엇보다 하나뿐인 태양이 남긴 그 길을 따라서, 그 굳건한 신념을 따라서 나아갔다.

 

 자신의 을 의심해서는 안되었고,

 자신의 선의를 의심해서는 안되었다.

 

 어쩌면 하나의 작은 의심이 어떠한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스스로 이 길이 그 분이 제시한 길이라 믿으면서 그렇게 나아가지않으면 무너지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길을 옳다 여기었다.

 

 

 그 어떤 결정이든,

 그 어떤 생각이든,

 

 그것이 옳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쩌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나아갔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빗소리만이 기억에 남았다. 어째선지 세차게도 내리는 것 같던 비는 순간 놓아버린 정신에 그저 차갑게 제 몸 위로 떨어지는 것만 기억이 났다. 무언가가 자신을 받쳐주었던 것 같지만, 그다지 깨끗한 기운의 감각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것 때문인지 더 다치진 않지 않았을까 싶었다.

 

 

 제 벗은 괜찮을까.

 

 

 제 첫 물음의 시작은 그것이었다. 쓰러져있듯 안겨있는채 그 더러운 괴물에게 안겨있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고 자신의 머뭇거림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일거라고 생각만이 들었다. 아, 그녀는 괜찮을까? 여린 성정의 벗을 자신이 비오는 그곳에 버려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온전히,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

 

 어쩌면 스스로의 길이 옳다고,

 그렇게 말해주기를,

 

 ㅡ그러기를 원했던 것일까.

 

 

 손 끝의 감각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몸 구석구석이 부서져서 형체를 못찾는듯 스스로의 존재자체가 불확실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언젠가 느껴봤던 감각인듯 느껴지는 건 완전히 모르는 감각이나 느낌이 아니여서 그리 느끼는 것 같았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느꼈던 감각이라는 생각이 확실했다. 감각이 없어져서 느끼는 고통이 없었으나 오히려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할 결손에 대한 감각조차도 잃어버린듯, 불안감이 그렇게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 자신이 어딘가에 있는 것임을 모르는 그런 상태로서 눈을 감고있는 것인지 뜬 것인지 그것조차 모른채 그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라고 해야할지 생각이라고 해야할지, 정지하는 기분이 들어왔다.

 

 비가 내리고 그저 비에 젖은채 안겨있는 제 벗을 구하지 못한 것에, 그것에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물론, 그녀와 닮은 이를 본 기억이, 그것이 마지막이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제 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약하다.

 

 너무도 나약하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싫어진다.

 

 언제나 지켜야할 것은

눈앞에 있었는데,

-왜 그걸 놓칠까.

 

 그래서,

 

 그래서..

 

 아룬이 자신을,

 

그렇게 못미더워하고 있던 것일까?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이 내려앉아 심장을 꾹 누르는 것만 같았다. 좋지 않은 감각이 그제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른 감각들보다 느껴지는 이 고통을 무어라고 표현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짙은 검은색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그 색에 물들어버리는 느낌이 났다. 어둡고 탁한, 두려울 정도의 심연을 마주 해야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던 것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던 건지, 어디서부터 되돌아보아야 할지, 많은 것들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존재하지 않을테고 결국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임이 분명했다.

 

 아, 이렇게 되어버린다.

 그 무엇 하나 지킬 수 없는,

 

 자격조차 운운할 수 없는 이가 되어간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밀려오는 이 감각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두려움인가.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자신의 걸음 하나하나가 제 벗을 망치고 있었단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자 속이 울렁이는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자신의 모든 잘못을 벗에게 전가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추하다.

 정말 너무도 추하다.

 

 이런 자신에게 항상 신물이 난다.

 어째서 여린 제 벗에게 상처를 주어버렸을까.

왜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생각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통증이 강해지는 것 같았다. 알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은 흔들리는 아룬을 확인 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버린게 분명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제 벗이 그런 질나쁜 괴물에게 잡힌 것이 아닐까? 어째서 너는 나 말고 그 남자를 바란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고, 아무리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뇌하던 차에,

 

 

 순간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젠 싫어.

그만하고 싶어.

 

 

 

 

 

 

 

 

 어떤 것이 옳았던 것일까.

 자신은 대체 어떤 행동을, 취해야했던 것일까.

 

 어떤 길을 나아갔어야 했던 것일까,

 어떤 생각을 지녀야했던 것일까.

 

 많은 고민들을 해 보았지만 제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보다 너무도 많은 길을,

 어긋난채로 걸어와버린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분이 다시 오셨을 때 난ㅡ.

더이상 쓸모가 없어.

 

 

 

 

 

 

 

 심장이 아려오는 그 감각과 함께 눈을 떴다. 식은 땀이 가득흘러 옷과 침대를 적신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불쾌한 감각이 몸에 남아서, 상체를 급히 일으켜서 몰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급하게 일어난 탓인지 심장이 두근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몰려드는 구토감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고 가서 안에 든 것을 전부 게워내버렸다. 하지만 먹은 것이 전부 없어져 게워낸 것엔 음식물 같은 것은 없는 그저 물만이 나왔다. 전부 비워버린 속은 쓰리기만 했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입을 헹궈냈다. 

 

 무슨 일이지.

 

 혼란한 그 정신 사이에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몸 상태가 안좋은 것은 맞았고, 자신이 어떠한 일을 겪은 것 같은 것도 맞는 이야긴거 같은데 지금 당장은 흐렸다. 남아있는 감각이 정말 참지 못하게 불쾌했고 거울속에 있는 자신이 그 표정을 관리조차 못한다는 느낌 또한 받았다.

 

 

 " 젠장, "

 

 

 그녀답지않은 표정과 단어를 내뱉었다. 미소가 사라지고 꽤나 통증을 느끼는 것이 선명히 보이는 찡그린 얼굴. 어울리지않기에 스스로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입안에 아직 남은 흔적들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입 안을 헹궈냈다. 괜찮을 것이다 자신을 다독여도 지금은 괜찮아질 상황이 아님을 알았다. 본능적인 확신같은 것이었다. 헹궈내며 물을 끄지않고 그대로 손을 모아서 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차려야 해.

 이게 무슨 흉한 꼴이야.

이런 멍청한 꼴이라니..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거울을 보았다. 쓰린 속 정도야 참을 수 있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 지금은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난걸까. '

 

 ' 또 저번처럼 잠들어버린 걸까. '

 

 ' 잠들어버리기 전에 무얼 하고... '

 

 

 다시금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니 속이 안좋아졌다. 그것을 무려 다섯 번은 더 반복해서야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곳은 자신의 방임이 분명했으나, 어째서인지 그녀는 이 방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꼭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장소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같은 것을 눈에 담는데 왜 이곳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그녀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틀린 것 없는 그녀의 방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흐릿하게 떠오르는 세찬 물소리와 느껴지는 비 냄새.

 비에 젖은 흙냄새가 물씬 제 코를 자극했고,

 자신의 새벽은 짙은 어둠에게 안겨있었고,

 소리에 묻히지 않게 크게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천천히 떠오르는 기억은 더 통증을 자극해나갔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는 참을만 할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떠올렸다. 옅은 피냄새도 섞여 있었고, 무언가 아주 무척 지쳐있던 것만은 기억났고 그리고.. ...그리고..

 

 놓쳤다.

 

 뛰어갔지만, 잠시 머뭇거렸던 탓에 놓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버려지듯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한심해라.

 한심하고 멍청해.

 

 제대로 지켜낼 줄 아는 것이 없는 기사를,

 과연 기사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진짜로 자신이 태양을 모시는 기사라고 할 수 있을까.

 

 

 떨려오는 몸을 진정하려 오른쪽 손으로 왼쪽 팔을 꾹 잡았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기를 반복해갔다. 괜찮지않지만 괜찮아야만 했다. 제대로 기억을 떠올려야했기에 그녀는 천천히 그 행동을 반복하며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찻잔,

 

 양초,

 

 제 하나뿐인 벗,

 

 그리고 밀쳐지는 상황,

 

 바보같이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과,

자격조차 운운할 수 없는 여기사

 다시 쫓았을 때 가장 보고싶지 않은 인물에게 안겨있는,

그 깊은 곳에서 사는 괴물

 자신의 새벽.

하나뿐인 나의 벗

 그래, 그리고 누군가가 더 있었는데ㅡ,

 그 뒤부터는 기억이 나지않았다.

혹시나 어쩌면 나는,

기억하고 싶지않던 것은 아닐까.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크게 다시금 느끼는 그녀는 떠오르는 두통에 다시금 속이 안좋아졌지만 정말 더이상 뱉어낼 것도 없었다. 목이 산으로 인해 상한것이 느껴지는 정도기에 최대한 참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정말 머리가 멈춰버릴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지른 일의 크기가 너무 컸다.

 어쩌자고 그런 괴물놈에게 하나뿐인 벗을 맡긴걸까.

 

 아니, 그것보다,

 그녀는 왜 그 남자를 바란거지?

 

 

 머릿속이 섞여가는 것 같아서 숨을 내뱉었다. 몸에 기운이 없었다. 이대로면-,

 결국 자신이 도달할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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