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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 왜 그런 표정을 지어? "
" ㅡ응? "
" 왜 그런 표정을 짓냐니까? "
새하얀 작고 예쁜 아이가 가득히 피어있는 꽃을 꺾다말고 제 옆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이내 남자에게 말을 건냈다. 작고 예쁜 아직 피지않은 백합의 봉오리같은 그 여자아이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이상하다는듯 갸웃하면서 나무에 기대서 앉아있는 남자의 두 뺨을 작은 손으로 꼭 감싸듯 잡고나서 물었다.
" 왜 그렇게.. "
" 응? "
" 네가 피해자인척 하고 있는거야, "
마치 재밌는 이야기라도 던지고 있는듯 아이가 방긋 웃으면서 물었다. 악의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 순수한 질문이 담긴 미소는 남자에게는 사실 그다지 좋아보이는 미소는 아니었다. 순수한 아이의 악의없는 잔혹함을 바라보는듯한 생각을 들게 만들었기에 남자는 자신의 특유의 여유있어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작은 꼬마 마녀는 무얼 알고 무얼 모르는 걸까. 자신과 같은 괴물인 아이를 보며 남자는 가벼운 태도로 아이를 꼭 안고서 이마를 맞대고 장난스러운 평소대로의 얼굴을 보이며 아이를 간지럽혔다.
" 착각이야, 네가 잘못 본거라니까~ "
" 간지러워-! "
" 어서 하고싶다던 꽃화관이나 만들어보라구~ 요 작은 꼬마. "
" 알겠어, 푸흐, 알겠으니까아아-! "
아이의 순진무구한 웃음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꼭 오빠가 동생과 놀아주듯, 어른이 아이를 대하듯 그렇게 대하던 남자는 어서 다녀오라며 아이를 놔주고 그저 꽃밭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웃음을 지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순진무구해서 도저히 악이라고 보이지 않는 저 아이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저 미소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속여넘길까. 남자는 아이의 저 순진한 미소를 믿지 않았다. 남자 스스로를 믿지 않는 것과 같았지만 남자와 아이는 다른 종류의 괴물이었다.
저 괴물은,
자신과 같은 괴물이라는 점.
하지만 저 괴물은,
자신과는 다르게 손쓸 수 있는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우습지.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자랄수 없는 저주를 어머니에게 받은 작은 마녀가 결핍되어 있던것을 조금씩 채워가면서 안정되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직까진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과는 다르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힘을 다루기에 마땅한 그릇이라는 이야기였다.
남자는 달랐다.
남자는 전혀 그럴 그릇이 안되었다. 그럴만한 위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남자의 잘못이 아니었다. 제멋대로였던 이들의 잘못이었고 남자는 그저 거기에 휘말렸을뿐.
괴물이 되어버린 건 과연 누구의 탓일까.
" 루온! 이거 아리아 주면 좋아할까? 아휴, 아룬것도 만들어야 하고 시온이랑 에류랑...그리고... 루온도 해줘야하는데~ "
" 나는 제일 맨 뒤야? "
" 당연하지, 원래 나는 차별적 평등주의라구? "
" 무슨 뜻인지는 알아? "
" 그건....... "
" 아니 뭐 몰라도 귀여우니까 됐어, 그래서 꼬마 마녀께서 어서 만들지 않으면 곤란하다구? 사람들이 올거야. "
" 에에-? 처리 다 안했어? "
" 그 편이 더 재밌을거 같지않아? 언제쯤 눈치챌지. "
아이는 그 말에 꺄르르 웃으면서 마음대로 하라는 말을 내뱉고서 그 작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열심히 어수룩하게 화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굳이 남자는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물론 둘의 행동과는 다르게 이곳이 아주 중요한 꽃밭이라는 사실은 둘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어느 세계, 한 국가에서 아주 소중히 관리하는 꽃밭으로 많은 기적을 이뤄내는 꽃이라 한 마을에서 아예 관리를 맡은 곳이었다.
이 평온함을 지나서 저 아래 내려가면 이미 살아남은 것은 없었다. 아니, 정정하자면 일부러 살려보낸 것 외에는 없었다. 우습게도 남자의 유희는 그러한 것이었다. 지독히도 괴물에 가까운 남자가 이곳을 들려서 그런 행위를 벌인것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이 작은 꼬마 괴물이, 예쁜 꽃을 원했다.
딱히 이 작은 마녀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남자에게는 결여된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이런 것들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남자 스스로도 생각했다. 아니, 느끼지 못하는게 당연했다. 단지 남자가 아까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지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어디선가 보았던 장면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기분좋은 나무향과 함께 기억나는 늘 기뻤던 그 평원에서의 기억은 쉬이 지울 수 있는게 아니었다. 어째서 그것은 그 기억만큼은 선명히, 아니, 자신의 고통을 즐길만한 행복한 기억도 괴로운 기억도 없애지않고 둬버린 것일까. 남자는 그 비틀림을 이해할 순 없었다. 아니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괴물이 되기를 원한건 아니었으나,
스스로가 괴물이 되기를 후에 자처했다.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없었다. 즐거움만 찾으면 그것이 다였다. 그게 남자가 행동하는 행동양식이었다. 물론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고 어쩌면 그게 옳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자는 남들의 행동과 말에 신경쓰지않았다. 어차피 내 사람에 대해 만들지 않는 남자는 무엇을 희생당하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남자의 손엔 전부다 모래알 같은 것들을 뿐이었다.
어차피 가질수 없는것, 파괴하는게 무엇이 나쁜가.
남자에게는 양심이라던지 도덕심이라던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수 없었다. 긴 세월동안 남자가 했던 일과 당해왔던 길은 남자에게 그것들을 남길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의 죄가 존재하는 그 시간부터 단 한순간도 남자는 제대로 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더럽고 추악한 괴물일뿐.
남자는 파블로프의 개나 다름없었다. 그저 적응실험에 풀어진 실험용 생쥐였다.
단지 그 적응실험으로 거친 생쥐에게 너무 큰 힘을 쥐여준 것일 뿐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어서서 자리를 털었다. 아, 이제 가까이 오는 모양이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남자는 슬적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갔다. 그저 잠시간의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흥얼거리다가 이내 멀리서 오는 사람들에 천천히 로브의 후드를 쓰고는 가지고 다니던 약초가방을 잘 보이게 앞으로 맸다.
" 거기 누구냐?! "
" 아이고, 거 병사 양반. 무슨일 있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약초꾼인데... "
" 왜 거기서 나오지? "
"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아이고... 근데 이렇게 단체로 찾아오시다니ㅡ, 무슨 일 있나요? 다들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시고.. "
" 이 마을에 침입자가 있어서 전멸했다고 하더군. 너는 이 마을 사람이냐? "
" 세상에! 정말입니까... 저는 저기 아래쪽 이 숲 근처에 사는 이입니다. 세상에, 제 아이들과 부인은 무사할까요? "
정말 무슨 가족이라도 있는 것 마냥 남자는 떨리는 눈빛과 표정, 혹여나 가족에게 무언가 해를 끼쳤을 것을 걱정해서 어쩔 줄 모르고 아둥바둥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이런 모습의 남자를 그 전멸시킨 범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위험한 것이라곤 없어보이는 남자는 이내 불안감을 터트리듯 말했다.
" 세상에, 어서 내려가봐도 괜찮겠습니까? 세상에 어느 나쁜 놈이..세상에.....세상에..... 내려가봐도 되나요? 세상에 저희집은 마을에서 그래도 조금 떨어져 있는데 괜찮겠죠?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부인이 집에 함께 있을텐데.. "
" 전멸이다. 가봤자 소용없어. "
" 말도 안됩니다! 세상에 그럴리가 없어... "
절망에 빠진 표정과 목소리, 눈빛. 남자는 주저앉고 우는 냥 모습을 보이고 많은 병사들이 안타깝게 그 남자를 보면서 혀를 차거나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은 그들도 간간히 봐왔을테니까 그렇게 남자를 지나쳐서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듯 했다. 많은 인원들이 그렇게 위로를 건내며 지나가자 남자는 일어서서 이내 옷을 탁탁 털었다. 그렇게나 절망했던 표정은 어디로 갔고, 조금은 심드렁한 얼굴이었다. 너무 빠르게 재미없잖아.
" ㅡ..재미가 없네, "
남자의 중얼거림에 무언가 말한 것을 들었는지 가장 뒤에 가던 병사가 뒤돌아섰다. 그 중얼거림을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일어선 남자의 뒷모습만으로 보았다. 후드를 쓴 채로 서서 살짝 위를 보는듯한 제스처를 취하던 남자는 이내 더 확실한 음성으로 말했다.
" 재. 미. 없. 어~~, "
" ..? 자네 무슨 소린가? "
" 어떻게 단 한 명도 의심을 안해주지? 의심은 안해도 잡아두어야하는거 아냐? 두어명은 나한테 창 꽂아댈줄 알았는데. 너무 재미없잖아.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아무리 내가 잘생기고해도.... 재미없잖아. "
천천히 푸른 머리의 남자는 후드를 벗었다. 아니 이건 보낸 놈이 바보인건가? 마을을 그렇게 만든 사람의 인상착의조차 전하지 않았다니. 그런 것에 대해 한숨을 쉴 때쯤 이내 남자의 눈에는 붉게 타오르는 빛들이 보였다. 검은색이 엮인 공포와 분노와 경계하는 그 빛은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미소짓지 않은채 이내 돌아보았다. 그 짙은 푸른 빛은 아무것도 통과되지 않는 온전한 깊고 깊은 심해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 음...사실 더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
그 말을 하는 순간부터 뭔가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많은 군사들 아래 검은것들이 생겨나 어느새 그들을 전부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내 생긋 웃어보이는 장난스러운 평소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황하는 모습은 그래도 아까보다 보기 좋았다. 허둥지둥하는 꼴은 뭐... 그냥 가볍게 피식 웃을 정도였기에 딱 그정도였지만.
" 이쪽이 더 재밌는 것 같아. 아까보다. "
잔인한 미소는 평범해서 더 기분이 나쁜 것이었다. 발을 잡고 있던 그 검고 질척한 것들이 이내 전부 삼켜버리는 늪처럼 점점 그들을 잠식해나아가고 있었다. 아래로 끌어당기듯 하는 그 기분나쁘고 음울한 불길한 것은 점점 더 많은 병사들을 삼켜가고 있었기에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기를 던지고 벗어나려는 이들,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손톱이 빠지도록 바둥이는 이들, 이미 포기한 이들이나 남자에게 욕을 던지는 이들. 그럼에도 남자는 너무도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의 옆을 지나듯 움직였다. 이내 약간 악에 바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 어째서?! "
" 음- 어째서라니.. 그거야.. "
남자는 좀 애매하다는듯 흠-하고 과장스레 고민을 하는 척 했다. 과장스러운 무대위의 배우처럼 남자는 그렇게 행동하고 나서 이내 잠시 자신에게 말을 건 그 목소리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향해서 다다르자 무릎을 접고 이내 가득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 화관을 만들고 싶어서? "
" ...-뭐? "
" 화관을 만들고 싶어하는 애가 있어서 화관 만들려고. 여기 꽃이 참 예쁘더라구~ 이야~ 그래서 그랬던것 같아. "
아주 어이없는 말을 하는 남자는 수다쟁이마냥 어깨를 으쓱이고서 이내 말을 다시 이었다.
" 뭐 상관없지 않아? "
" 고작 그런 이유로 모두를 죽인단 말인가! "
" 하하, 맞아 고작 그런 이유. 뭐 어때, 고작 그런 이유로 죽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고 고작 그런 이유로 죽는 사람들이 너희들이 된 것 뿐이잖아? "
" 이런 망할...! "
" 괴물이라고? 괜찮아 알고 있어. 저주하고싶고 아파하고 힘들겠지만 뭐 어때. 이게 너희들 운명인거지. 하하,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라구. 나는 정말 평범한 약초꾼일 뿐이야. 뭐 괴물도 겸임하고 있고? "
한쪽 눈을 감은채 찡긋 윙크하면서 양손으로는 마치 애교라도 부리듯 엄지와 검지를 세워서 사랑의 총알이라도 날리듯 그런 우스운 제스처를 취하고서 다시 무릎을 펴서 일어섰다.
" 하하, 괜찮아.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겠지. 개죽음이네. "
남자는 가볍게 돌아서면서 작은 아이가 있을 꽃밭으로 돌아가듯 걸음을 움직였다. 남자 뒤로 길게 이어지는 검은 것들은 이내 파도가 쳐서 그 아래 사람을 덮어버리듯 그 많은 소리들을 순식간에 조용해지게 만들었다. 시끄러운 것은 질색인 편이지.
ㅡ
남자의 걸음은 금세 아까의 꽃밭에 도착했다. 손에 송이송이 엮어서 어설프게 만든 화관을 들고있는 작고 예쁜 아이는 남자를 발견한건지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이고서 비어있는 손을 흔들었다. 하얀색의 긴 머리카락이 찰랑이면서 약간의 바람을 타고 나부끼는 모습은 꼭 한 폭의 그림이었지만, 남자의 눈에는 그런 것보다는 그러다가 화관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 다 됐어? "
" 응, 힘내서 만들었다구? 루온꺼는 없지만~ "
" 어휴ㅡ, 요 말썽쟁이. 괜찮으니까 여기 묻은 거나 털어. "
" 에? 다 털었는데.. "
작은 아이가 갸웃하는 사이에 남자는 가볍게 아이의 옷을 털어주었다. 기적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예쁜 꽃 아닌가. 큰 효과는 없을테고 해봤자 회복정도의 효과만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이런 세계에선 이런 꽃이라도 소중하겠지 싶어 남자는 가볍게 으쓱하고서는 가만히 손을 뻗어서 아이를 안아들었다.
" 아리엘, 이제 가자. 다 전해줘야지. "
" 다들 좋아할까? 좋아해주면 좋겠다! 루온은 내꺼 줄테니까 삐지면 안된다~? "
" 뭐 그래준다면 고맙구. 작은 마녀씨. "
아이의 말에 남자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내 한쪽으로 화관이 망가지지않게 아이를 든 채로 가볍게 한걸음을 옮기니 금세 공기중이 흔들리듯하더니 다른 장소로 갈 수 있게 틈이 열렸다. 아~ 이렇게 망가트렸지만 저건 또 자라겠지 싶어서 큰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내가 무슨 상관인가. 다 남의 일인 것을.
그렇게 남자와 아이가 사라진 자리엔,
가득히 망가져있는 꽃밭과,
어느 사람도 존재하지 않고 없어져버린
그 마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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